생각이 나의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라면, 말이란 정돈되지 않은 무형의 생각을 좀 더 구체화하는 표현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말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많은 부분이 휘발됩니다. 내가 어제 친구들과 정확히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오늘 수업 토론 시간에 어떤 의견을 얘기했는지, 그 당시 상황이나 분위기에 맞춰 즉각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말'이다 보니, 그 엄청난 양을 모두 기억하기란 역부족이죠. 다양한 관계 속에 있다 보면 일상에서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살 수도 없기에 뱉은 말을 일일이 다 기억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마주하게 되는 나의 생각, 관점, 이해되지 않는 상황, 다양한 감정과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 깨달음 등 바로 그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옮기는 건 매우 의미있는 일입니다. 글은 말보다 훨씬 더 정제된 생각과 언어를 기록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사고는 확장되고 단단해집니다. 지난 3년 간 책과 다양한 글 계정을 통해 일상처럼 반복했던 쓰고, 쓰고, 또 쓰는 과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시작부터 된통 꼬이다'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번아웃으로 퇴사한 후, 갑작스럽게 맞게 된 코로나 상황에서 신청했던 오프라인 교육이 하나 둘 취소되었습니다. 그 때 느꼈던 불안함과 두려움, 집콕 외에는 아무것도 할 게 없던 그 상황을 버티게 해준 것이 바로 글 쓰기였습니다. 무언가 몰입할 것이 없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성향상, 무엇이라도 해야 했고 집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일이 바로 글 쓰기였지요. 어쩌면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저의 머릿속 공간을 배회하다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쓰기로 결정하고 모든 SNS계정을 글 계정으로 운영하며 글 쓰기에 몰입했습니다. 이제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감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고 나니 나의 ‘제1 지식 자산’이 된 글 쓰기
단지 몰입할 것이 필요했기에 목적없이 시작했지만, 지금처럼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바쁜 상황이었다면 결코 그렇게 많은 양의 글을 쓰지는 못했을 겁니다. '지식 콘텐츠 크리에이터가되기 위한 직장생활 활용법 III'에서 강조한 5번째 역량인 지속적인 호기심, 생산적 헛 짓, 사부작거림에 해당되는 것 중 하나가 글쓰기였습니다. 글 쓰기는 사람들이 결과로서 기준을 삼는 정량적 수치와는 전혀 무관해 보입니다. 지금 당장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에 비해 유명인도 아닌 제가 쓴 책의 내용과 SNS에 올린 글이 많은 독자에게 가닿을 리 만무합니다. 남들이 볼 때, 그리고 객관적 평가 지표로만 본다면 정말로 헛짓처럼 보입니다. 현재 관점에서만 판단한다면 말이지요. 하지만 미래 가치 측면에서 본다면 대단히 생산적인 일입니다. 특히 저처럼 1인 지식기업가로 활동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도 다양한 외부 교육, 인적자원개발학 박사과정을 통해 많은 지식과 정보라는 인풋이 저의 머리에 들어오지만 만약 들어온 것을 형식지화 하는 아웃풋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1인 지식기업가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그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글 쓰기 역량입니다. 지금처럼 원고를 쓰거나 강의를 위한 PPT교안 기획, 기업이나 교육기관 제안에 맞는 기획서 작성, 강의 계획서와 커리큘럼 기획, 홍보문구 작성 등 1인 지식 기업가의 모든 것은 결국 글로 표현됩니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은 전사 공지 문구, 이메일작성, 보고서나 기획서 작성 등 업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중·고등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을 씁니다. 하지만 목적과 상황에 맞는 좋은 글을 생산해 내는 데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지식과 사고의 깊이, 호기심, 관찰력, 비판적 성찰 역량, 글쓰기 습관 등 많은 부분이 영향을 미칩니다. 1인 지식기업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과정 중에 깨달은 건 남들이 볼 때(때로는 나 자신도..) 헛짓이라고느낄 수 있는 글 쓰기가 현재 1인 지식기업가로서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어 1등 공신이라는 겁니다. 암묵지에 있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필요한 상황에서 재빠르게 꺼내 형식지화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남들보다 굉장히 짧기 때문입니다. 지식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남들보다 빠르다는 건 언제든 무언가를 생산해낼 수 있는 중요한 역량입니다. 다만 이러한 역량이 쌓일 때까지는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하는 시간의 누적이라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계속해서 지식의 깊이를 쌓는 인내심, 꾸준히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인내심, 지식을 형식지화하는 지식 자산화 작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본.깨.적 사고법을 통한 글 쓰기 연습
유명 작가도 아니고 글 쓰기를 생업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기에 이런 내용을 제가 다루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 발을 붙인 1인 지식기업가의 어쭙잖은 노하우가 타고난 필력의 작가 분들보다는 심리적 거리감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몇 글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본.깨.적 독서법 개념에서 파생된 본.깨.적 사고법(Jack Mezirow가 언급한 일종의 비판적 성찰 역량)에 대한 내용은 전 편에서 다루었습니다. 그렇다면 본.깨.적 사고법에 근거한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본'은 본 것, '깨'는 깨달은 것, '적'은 적용할 것의 약자입니다. 독서법에 근거한 것이니 사고법에 차용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본. 깨. 적 사고법에 의거해 제가 각종 SNS계정에 올렸던 포스팅을 몇 개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몸에 너무 무리가 가면 안 됩니다. 그런데 자극으로 인한 통증이 느껴진다고 해서 너무 빨리 중단하셔도 안 돼요. 무리하면 몸이 다치고 그렇다고 너무 빨리 멈추면 동작이 늘지 않아요. 그미세한 차이를 스스로 깨달으셔야 합니다. 몸의 자극과 호흡에 집중하세요. 내가 견디어 낼 수 있는 적정선이 어디인지를 여러분 스스로 찾으셔야 합니다. 수련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조금씩 자기 자신을 극복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주 2회 요가를 하는데 당시에 요가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본.깨.적에서 본 것에 해당합니다. 선생님이 하신 이 말씀이 저의 뇌리에 콕 박혔습니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얘기지만 무심히 지나치지 못했던 이유는 무언가를 깨달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저의 경험과의 연결 때문이었는데 연결된 키워드는 '임계점'과 '번 아웃'입니다.
물은 100도에서 끓는데 액체인 물이 끓는 점인 100도에서 기체인 수증기로 바뀝니다.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전혀 다른 상태로 바뀝니다. 살아가면서 이러한 임계점과 맞닥뜨릴 때가 있습니다. 힘듦이 예상되니 피하고 싶지만 용기 내어 직면하고 넘어서면 자기 전환(self-transformation)을 통한 성장이라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임계점을 넘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요가 선생님이 얘기한 '내가 견디어 낼 수 있는 적정선이 어디인지 인지하고 동작의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뛰어넘어야 할 지점'이라는 부분에서 바로 임계점이라는 용어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내가 견디어 낼 수 있는 적정선이 어디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너무 무리하면 몸이 다치게 됩니다. 그 부분에서 연결된 단어가 '번 아웃'입니다. 임계점인지 번아웃인지를 판단하려면 그 미세한 차이를 감지해야만 합니다. 요가선생님의 짧은 몇 마디가 뇌리에 박혀 키워드와 연결하고 '깨달은 것'을 바탕으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긴 글을 SNS에 남겼습니다. 이후에 짧게 편집해 다른 SNS에도 포스팅했습니다. 글을 쓰고 콘텐츠화 하여 SNS 포스팅한 것은 '적용할 것'에 해당됩니다.

다음 편에서 본.깨.적 사고법에 근거한 글 몇 개를 예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