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도 survey’, ‘360 degree assessment’ 라고도 불리는 다면진단은 어떤 리더십 교육이나 조직문화와 관련된 활동보다도 리더십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고 변화시키는 데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일 수 있는 도구입니다. 아무리 수용적인 조직문화를 갖춘 회사일지라도 교육만으로 리더십이나 조직문화를 온전히 바꿔나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특별하고 의미있는 사외교육을 받아서 어떤 결심을 하더라도 어느샌가 일상적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버리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은 흔히 있습니다.
다면진단은 정확한 도구, 체계적인 설계, 정기적인 시행만 갖춰진다면 어떤 일시적인 리더십 교육이나 획기적인 조직문화 프로그램보다도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가 됩니다. 다면진단이 이렇게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강력한 도구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모두에게, 사람이라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자기 고양 평가’ 경향성 때문입니다. 자기 고양 평가는 자기 겸양 평가의 반대말로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의 올라 스벤스 교수팀의 유명한 심리학 실험 중에는, ‘당신의 운전 실력은 평균 이상입니까?’ 라고 묻는 질문에 약 93%의 피험자가 본인을 평균 이상으로 답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우월감 환상 illusorysuperiority’ 이라고도 하는 이 현상은 자기 자신의 안정과 심리적 평형을 위한 매우 일반적인 기제로 누구에게나 나타납니다. 만약 사람이 기계라면 이러한 ‘평균과 비교’하는 질문에 약 50%의 사람은 yes를, 50%의 사람은 no를 답해야 하겠지만, 누구에게나 본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자기 고양 평가는 매우 일반적으로 일어납니다. 문제는 이러한 자기 고양 평가 경향이 심리적 안정과 평형 상태, 자신감을 유지시켜 줄 수는 있어도, 자기 발전과 역량 향상에 걸림돌이자 지나칠 경우 과신, 자만으로 흐르기 쉽고,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 리더십은 조직문화의 근원적인 문제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면진단이 정확한 진단 도구를 전제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러한 일반적인 자기 고양 평가 경향성 때문입니다. 일단 다면진단의 결과를 받는 사람 중 절대 다수는, 다른 사람의 평가가 나 스스로의 평가보다 낮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를 덤덤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비교적 소수에 속합니다. 이런 와중에 다면진단 도구의 정밀성이 부족하면, 다면진단의 결과를 받아 든 사람 입장에서는 ‘이건 뭐 그냥 참고 자료지, 내 부하직원들이 내 능력을 어떻게 알아, 객관적으로 평가를 했을 것 같지 않은데’ 하면서 다면진단 자체를 수용하지 않게 될 개연성이 높습니다.
다면진단의 정밀한 도구는 역시 지난 회차에서 다룬 요인분석을 통해 만들 수 있습니다. 각 문항이 재고자 하는 역량에 어떤 공통성값 communality 을 갖는지 밝혀내고 문항을 조정하면,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일단 공통성 값이 높다는 것은 문항이 사람들을 통해 이 질문이 이 요인을 재는 도구로서 이해가 비교적 쉽고 공통적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질문이 상대적으로 쉽고 분명해서, 문항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이 적고 실행이 쉬워집니다. 보통 다면진단을 20~30문항 내외로 많이 만드는 이유는 아무래도 여러 명이 평가에 참여하다 보니 문항 수가 많아졌을 때 전체적인 평가 실행이 무거워지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응답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요인분석을 통해 만든 문항은 사람들에게 비교적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문항의 집합이면서 재고자 하는 요인을 잴 수 있는 문항의 모임이다 보니, 40~50문항을 재어도 ‘생각보다 시간이 안 걸리는데?’, ‘그냥 답을 하면 되던데?’ 이런 반응이 주를 이루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분명한 문항들은 단지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응답 신뢰도 자체를 높이는 경향이 있어 역시 여건만 된다면 요인분석을 거치는 것이 다면진단 도구 개발의 이상적인 방법이기는 합니다.
다만 여건과 여력이 모두 되지 않을 때에는 요인분석을 대체하여 간단한 설문을 통해 유사한 효과를 가져갈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고자 하는 역량들을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을 논문, 아티클 등의 자료에서 1차 서칭을 한 후, 표집된 대상자들에게 문항으로 설문을 하도록 한 후, 각 문항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문항이 얼마나 적절하게 해당 요인을 물어봤는지, 문항이 명확하게 이해가 되었는지 자체를 5점 척도 등으로 물어보고, 이를 문항별로 평균값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간단한 절차로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요인분석 또는 이런 대안적 방법을 통해 문항을 명확하게 확보하고 나면, 이후의 결과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직관적 수용도가 향상될 수밖에 없습니다.

객관적인 진단 도구를 준비하고 나면 이후에는 다면진단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체계적인 설계가 필요합니다. 흔히 다면진단에서 가장 어렵고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부분을 평가자와 피평가자를 매칭하는 과정이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선 평가자별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고려하여 우리 회사에 맞는 다면진단 평가자 구성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면진단의 평가자 그룹은 크게 그룹 1: 상사, 그룹 2: 부하(또는 팀원), 그룹 3: 동료(타팀), 그룹 4: 자기평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룹 1. 상사 평가는 정의상 혼동될 여지가 사실상 없는 반면, 부하와 동료는 팀장, 임원등 직책자인 경우 명확하지만, 간혹 직책이 없는 피평가자를 대상으로 평가할 때는 특히 부하(또는 팀원)에 대한 혼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책자인 팀장이 피평가자인 경우 부하 평가자는, 비직책자인 과장이 피평가자라면 팀원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부하 평가자의 경우 어떤 역량을 재더라도 관계 역량과의 상관성이 매우 높을 것인 반면, 팀원 평가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관계 역량과의 상관성이 매우 높은 비슷한 경향성을 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가자 그룹 2는 부하(또는 팀원) 정도로 설정해 두면, 피평가자가 직책자이거나 비직책자인 경우에도 어느 정도는 비교가 가능한 평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선 상사 평가는 피평가자 본인의 보고 라인에 있는 상위 직책자를 말합니다. 팀원인 경우 팀장, 팀장인 경우 임원, 임원인 경우 CEO일 수 있겠습니다. 상사 평가는 다른 모든 평가에 비해 비교적 정확한 역량 평가가 된다는특성이 있습니다. 물론 특정한 피평가자의 상사인 직책자의 평가 능력이 부하나 동료, 심지어 자기 평가 보다도 부정확할 수는 있습니다. 개인별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하나 전체적인 경향성으로 봤을 때, 특히 업무 역량, 사고 역량에 대해 그나마 다른 모든 평가자에 비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며 피평가자의 성과 수준과의 상관성이 높은 평가를 하는 것도 당연히 상사 평가입니다. 만약 다면진단을 하지 못하여 여러 평가자 중 한 그룹만의 평가를 통해 역량 평가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부하, 동료, 자기 평가가 아닌 상사 평가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실제 대다수의 기업이 역량평가를 할 때 자기 평가를 참조 정보로 하되 상사가 평가를 하는 이유도 현실적인 투입자원 대비 타당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사 평가도 평가자로서의 편견 bias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상사의 단일 평가 stand alone 는 완전하지 않을 수 있으며, 개인차와 평가자로서의 편견 모두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대표적인 평가자로서의 편견은, 관대화 경향, 후광효과 등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평가자로서 이를 인지하고, 스스로가 어떤 평가 경향성이 있는지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하 평가의 경우, 많은 연구에서 리더십과 관계 역량을 재는 데에 있어서는 오히려 상사평가보다 정확하는 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는 능력’을 잰다고 하면, 상사가 피평가자를 평가할 때 평소 피평가자가 상사 본인의 이야기를 잘 듣고 니즈를 반영하는 편이었다면 이 능력을 높게 평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이렇게 상사의 니즈를 잘 반영하는 사람이 동료나 부하의 의견도 함께 높게 반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동료/부하의 의견은 그다지 반영하지 않는 일 중심 업무 스타일을 가지고 있을 개연성도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경청 능력은 그렇기 때문에 경청의 당사자인 부하, 동료 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당연히 더 정확한 진단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하 평가는 특히 리더십과 관계 역량을 재는 데 있어서 상사 평가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다수 평가자로 구성할 수 있어 외적 신뢰도가 높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반면 부하 평가는아무래도 피평가자의 관계 능력에 높은 상관성을 가지며 후광효과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업무를매우 잘하지만 관계에 다소 소홀한 사람과, 반대로 사람들에게는 매우 친절하지만 업무 능력은 다소 부족한 사람이 있을 때, 부하 평가에서는 오히려 후자의 사람이 실제 능력보다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 사람이 일을 잘 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소속 부서의 관리자인 경우 직접적인 반면, 부하나 특히 팀원으로서 얻는 이익은 상대적으로 직접적이지 않으며, 심지어 잠재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동료인 경우 비교 대상이 되어 부정적 평가 마저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하 평가는 특정 역량을 재는 데 있어서 오히려 타당도가 높기도 하고, 상사 평가의 보완재 역할을 할 수도 있으나 후광효과에 취약하다는 점은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부하나 동료 평가만으로 다면진단을 실시하는 것은 아무래도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동료 평가는 피평가자의 협업 능력과 높은 상관성을 가지며, 특히 동료를 타팀의 유사 직급으로 설정할 때 매우 타당하게 역량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업무 역량은 상사 또는 부하가 보기 힘들 수도 있는데, 유사한 업무 능력의 눈높이에서 보다 정확하게 판단이 될 가능성도 있으며, 직접적으로 매일 업무를 같이 하는 밀접한 관계가 아닐 때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피평가자를 바라볼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동료 평가도 중요한 정보가 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동료 평가는 특히 승진, 보임에 있어서 모두가 서로 잠재적인 경쟁 상대일 수는 있습니다. 특히 직책이 올라갈수록 이러한 경향은 강해질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에 따라 응답의 신뢰도가 매우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경쟁 관계에 있더라도 가능한 한 양심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반대로 경쟁 관계에 있음을 의식적으로 고려하여 실제 능력에 비해 가혹하게 평가하는 것도 가능은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장치로 몇 가지 보정법을 활용할 수는 있으나, 우리 회사의 동료 평가자들이 대체로 이런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이 된다면 다양한 보정법을 활용한다고 해도 객관적인 data를 얻는 데에는 장애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면진단의 평가자는 크게 상사, 부하(또는 팀원), 동료(타팀) 으로 크게 그룹핑 grouping 할 수 있습니다. 다면평가에서 1차적으로 설정해야 하는 것은 각 평가자 그룹의 특성을 이해하고, 우리 회사의 평가자 그룹이 어떤 평가를 할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같은 피평가자의 평가 결과값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부터 신중히 결정이 필요합니다. 우선 상사 평가와 부하 평가는 다면진단에서 빼기 어려운 그룹이지만, 동료(타팀)을 포함시킬지 여부가 관건이 됩니다.

360도, 180도 평가 모두 장단점이 있다보니, 그 절충으로 180도+알파, 또는 270도 평가라고도 표현되는 형태로서 기본적으로 상사와 부하 평가를 총점에 합산하되, 동료 평가도 진행하여 참조만 하거나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구성도 같이 고려되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의 평가자들이 충분히 한 명 한 명 객관적인 평가자로서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면 360도 평가가 더욱 유리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는 180도 또는 270도 평가를 고려해 볼 만 합니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업무 능력을 재는 데 있어 타당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사의 가중치가 전체 총점에서 너무 낮은 것은 아닌지를 특히 360도 평가에서는 꼭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흔히 사용하는 평가자 1/n 합산 방식의 총점에서는, 예를 들어 10명의 평가자 중 상사 1명이 총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이므로, 여전히 관계역량이 높은 사람이 이득을 보는 구조를 만들게 된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안으로서 상사 1 : 부하 1 : 동료 1 등 각 그룹별 가중치를 동일하게 두어 상사 평가의 총점 합산 비율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방식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면진단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목적은 물론 개별 역량에서 어느 부분이 높고 낮은지를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한 사람만이 아닌 여러 관점의 사람들이 함께 평가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보다 객관적인 평가 방법이며, 장기적으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건전하게 할 수 있는 장치임에는 분명합니다. 다만 요인분석 등을 활용하여 진단 도구 객관화가 선행적으로 필요하며, 이어서 총점을 합산하는 구조를 가능한 한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별 역량의 고저와 자기, 타인 평가의 비교를 통해 역량개발의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것이 다면진단의 궁극적인 지향점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인사 또는 다른 여러 장면에서 활용될 수 있는 합산 점수가 최대한 객관적으로 산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평가자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합산 구조에 대한 세밀한 고려를 통해 산출된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고, 이렇게 하나씩 자리를 잡고 안착되어 갈 때 다면진단이 단지 역량개발이 아닌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건전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