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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다면진단, 설계의 시작 - 점수 합산 방식의 이해

by Tyler등록일 : 2023.08.31

 어떤 조직문화 활동보다도 리더십의 변화가 훨씬 큰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은 HR 담당자가 아니라도 흔히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명제입니다. 심지어 HR에서 만들어 내는 어떠한 제도라고 해도 현장의 리더들이 공감하고 뒷받침하고 같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 제도의취지와 효과는 최소 반감되는 것을 종종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리더십에 대한 교육보다도 잘 만들어진 평가 제도 하나가 리더십의 형태를 대단히 바꿔놓는 경험도 종종하게 됩니다. 흔히 HR을 오래 한 담당자일수록사람은 정말 바뀌지 않는다라는 신조를 갖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의 기질 traits 은 애시당초 타고 나는 부분에 가까워 학령기 외에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보아야 겠지만, 행동이나 태도 attitude 는 분명히 바뀌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리더십에 대한 교육 또는 조직문화 활동이 그 특성상 일회적인 경우가 많고, 구체적인 행동이나 태도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 지를 제시하지 않으며, 간혹 제시된 구체적 행동과 태도 또한 표준화된 모범적인 행동을 다루다보니 이를 현실에 맞게 다양하게 변형 variation 하여 적용할 만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가지기가 어렵다는 데에 그 문제가 있습니다. HR 또는 특히 HRD를 담당하다 보면 ‘교육을 받아도 그 때 뿐’ 이론은 이론이고 현실은 다르다’ ‘교육은 한번쯤 쉬면서 생각하는 그 정도지 뭐’ 등과 같은 평가를 듣거나 접하게 됩니다. 구체적이지 않고, 이후의 의지를 지속하게 만드는 데에도 특별한 설계가 없는 대부분의 리더십 교육은 당연히 이와 같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HR에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아무리 열심히 교육을 만든다고 해도 교육생인 현장의 리더들은 1년에 단 며칠, 많아야 몇 주 교육을 받을 뿐 입니다. 이 사람들의 본업은 교육받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받는 것이 자신의 일인 사람은 학생입니다. HR이 속해 있는 장소는 대부분의 경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 ‘기업입니다. 사람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고, 그 성과에 수단으로 필요한 것이 역량 개발 또는 리더십 개발일 수는 있습니다대단히 훌륭하고 체계적인 리더십 교육을 장기로 시킨다고 해도 그들은 언제나 성과를 내기 위해 현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래야만 합니다. 조직문화 활동이나 리더십 교육의 체계적인 설계도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교육을 받는 사람들에게 변화할 동인이 있는지도 함께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어떤 조직문화 활동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니 그들이 알아서 변화할 것이라는 가정은 지나치게 현실을 단순화한 것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특히 리더십 교육의 경우, 그 대상인 리더들은 대체로 다른 사람들보다 직무에서관계에서, 자기관리에서 무엇이라도 조금은 더 주도적으로, 조금은 더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그들을대상으로 한 교육이 단지 며칠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인 행동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를 넘어 다소 순진하기까지한 가정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역시 현장에서 변화해야 할 의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일입니다. 이 점에서 정기적으로 여러 사람의 평가를 받는 다면진단은 다른 어떤 수단에 비해 변화의 동인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 데뷔한 연예인들을 지켜보면 데뷔초기에 비해 많이 노출될수록 더욱 세련된 스타일을 갖춰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 마사지 camera massage 는 방송에 자주 출연하며 카메라 앞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외모, 스타일이 처음보다 더욱 예쁘고 멋있게 보이는 현상을 말하는 방송 용어입니다. 많은 사람의 눈이 지켜보고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점검하게 되고타고난 기질은 여전히 쉽게 바뀔 수 없더라도 적어도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려고 하게 됩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여러 동물 중에서도 매우 사회적인 동물에 가까우며 집단에서의 위치와 관계에 따라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적응해 나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함께 지내는 여러 사람의 평가를 주기적으로 받다보면, 당장의 변화는 어떤 교육 프로그램이나 조직문화 활동에 비해 적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더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다만 다면진단을 장기적으로 도입하는 데 있어서는 세심한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이는 현대사회의 민주주의가 거의 대부분 대의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있는 이유와 매우 유사합니다.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민주주의에서도 모든 의사결정을 국민이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는 국회, 의회라고 하는 전문 정치인 집단을 선출해 정치적 의사결정을 일임하는 형태로, 직접 민주주의의 반대말입니다. 작은 동아리, 친족 집단을 넘어서 국가의 규모로 갈수록 대의 민주주의는 다른 대안이 없는 방법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군중심리가 가지는 독특성 때문에도 어쩔 수 없이 도입하게 되는 정치 방법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상황에서도 대중에게 ‘세금을 늘려야 하는가? 줄여야 하는가?’를 조사하면 줄여야 한다는 답이 과반이며 ‘복지를 늘려야 하는가? 줄여야 하는가?’를 조사하면 항상 늘려야 한다는 답이 과반으로 나오게 됩니다. 심지어 국가가 긴축 재정에 나서야 할 경제 상황에서 같은 설문을 실시해도 여전히 세금은 줄이고 복지는 늘려야 한다는 답이 과반으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집단 지성과 담론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군중은 이와 같이 다소 비현실적이거나 비이성적인 기대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다면진단을 설계할 때에도 ‘사람들이 평가자로서 얼마나 건실하게 평가를 할 것인지’, ‘업무 역량의 반영 비율이 어떠한지’, ‘최종 점수의 합산 방식이 어떠한지’를 세밀하게 미리 고려하지 않으면, 다면진단은 기본적으로 관계 능력이 좋은 사람, 싫은 얘기보다는 서로에게 좋은 이야기만을 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평가 제도가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하게 먼저 고려 할 부분은최종 점수의 합산 방식’ 입니다. 대체로 다면진단의 평가자는 상사, 동료, 부하와 자기 자신(본인)으로 구성되는데, 평가자 모두의 점수를 단순히 평균을 구하여 합산한 점수를 최종 점수로 할 것인지, 평가자 별로 동일한 비중을 둘 것인지, 혹은 평가자 중에서도 서로 다른 가중치를 부여할 것인지에 따라 실제 결과 점수도 전혀 달라질 뿐더러, 직원들에게우리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메시지가 간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할 수 있습니다.

 

 

<평가자별 합산 방식 및 가중치 고려 - 평가자 단순 평균>

 평가자 단순 평균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런 합산 방식은 다면진단을 사실상의 평판조회 도구로 기능하도록 합니다. 물론 회사내에 이미 상사가 구성원을 평가하는 역량 평가 제도가 별도로 있거나, 예를 들어 특히 호텔, 백화점, 면세점 등과 같이 고객 한 명, 한 명의 객단가가 높고 접점 직원의 관계 능력이 중요한 서비스 산업의 경우에는 모든 평가자가 동일한 가중치를 가지는 단순 평균 방식이 오히려 유의미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그 만큼 ‘관계 능력’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보낼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서로의 관계에 대해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상사는 대체로 1명 또는 2명으로 인원 수가 적은 반면, 부하나 동료는 상사보다는 인원이 많기 때문에 이를 단순하게 평균내어 합산 점수를 구하게 되면 상사보다는 부하나 동료의 의견이더 많이 반영된 합산 점수가 산출된다는 것은 미리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피평가자 1명에 대해 상사 1, 부하 4, 동료 5명의 평가자를 매칭했다면 평가자 단순 평균 방식에서는 상사 평가자의 의견이 10% 반영되고 부하와 동료평가자의 의견이 90% 반영된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부하 및 동료 평가자는 관계 능력이 높은 사람을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상사는 업무 능력이 좋은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합산 방식에서는 관계능력이 좋은 사람이 대체로 유리하며 다면진단은 평판조회의 기능을 강하게 가져가므로, 초기 리더십 훼손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우 극단적으로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로 리더십에 경종을 울려야 하여 충격요법으로 일시적으로 다면진단을 활용하는 상황이라든지, 전술한대로 서비스 산업에서 리더들의 관계능력 자체를 중요한 역량으로 보고 이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보내고 싶은 경영진의 의도가 있다든지하는 비교적 독특한 상황에서는 평가자 단순 평균 방식을 통해 리더십 평판조회 효과를 강하게 가져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가지는 특성과 장단점을 이해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당연하게 발생할 관계역량에 대한 중시와 리더십 훼손 효과 자체를 미리 고려하지 못한 채로 평가자 단순 평가 방식을 활용하게 되는 상황은 피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가자별 합산 방식 및 가중치 고려 - 평가자별 동일 비율>

 평가자별 동일 비율 방식도 보통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며, 가장 균형감있는 비율 반영 방식입니다. 상사 평가자는 어떤 역량을 물어봐도 일을 잘하는 사람의 역량을 높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고, 부하 평가자는 관계 역량, 동료 평가자는 협업 역량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업무, 관계, 협업 능력을 균형감있게 반영하는 비율이라는 점과 평가자별 동일한 가중치를 설정함으로써 따로 비율 배분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상식적인 방식이라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예를 들어 상사는 60%, 부하는20%, 동료는 20% 반영한다고 하면 그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지 설정이 필요하겠지만, [상사1 : 부하1 : 동료1]로 같은 가중치로 반영한다고 하면 대체로는 더 의문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한 대체로 상사사 부하나 동료보다 적은 수의 인원이므로, 사실상 상사 1명의 평가 결과를 크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리더십 훼손 효과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평가자별 합산 방식 및 가중치 고려 - 상사 가중치 부여>

 상사 가중치 부여 방식은 상사 평가자의 평가 비율을 다른 모든 평가자를 합산한 비율과 동등하게 설정함으로써 상사에게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입니다. 상사의 평가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담보하는 장치를 마련할 수만 있으면 평가자별 동일 비율 설정 방식보다 오히려 더 타당한 종합점수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역량에 대한 구분 방식은 워낙에 다양하지만, 역시 가장 크게는 일에 대한 역량과 관계에 대한 역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업무 역량과 관계 역량을 동일비율로 반영한다는 점, 일반적으로는 조금 더 일하는 능력을 타당하게 평가하는 상사 평가를 최대한 높게 반영한다는 점, 다면진단 초기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리더십 훼손 효과를 최소화 한다는 점 등 다양한 장점이 있는 방식입니다. 기본적으로 회사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모인 집단이 아니라, 일을 하고 성과를 내어 영업이익을 만들고 이문을 남기기 위해 모인 집단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세 가지 합산 방식 중에서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방식이라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사들의 평가 능력이 사전 교육이나 평가능력 자격제도 혹은 별도의 장치를 통해 담보되어야 하며이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대 consensus 가 일정 수준 이상 있어야만 합니다.

 

 

 다면진단은 장기적, 정기적으로 유지될 때 그 어떤 단일 교육 프로그램이나 조직문화 활동에 비해 확연하게 조직을 변화시켜 나가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변화해야 할 동인을 비교적 지속적으로 제공해주며, 구체적인 변화의 방향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피평가자에게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가지는 리더십 훼손 효과라는 부작용 side-effect 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영환경에 따라 민첩하게 반응, 대응해야 할 사업 초기, 발전기에 있으나 구성원들의 의지나 능력이 객관적으로 매우 부족한 경우, 혹은 강한 리엔지니어링이 요구되는 쇠퇴기에는 흔들리지 않는 과감한 리더십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반드시 이러한 특정 상황이 아니더라도 리더는 때에 따라 듣기 싫은 이야기도 분명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다면진단이 리더와 구성원 모두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자칫 필요 이상으로 리더가 해야할 말을 못하게 만드는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세심한 사전 설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종합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와 메시지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세심히 사전에 설계한다면, 다면진단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부분적인 부작용조차 최소화하고, 다른 어떤 제도에 비해서도 효과적이고 장기적으로 조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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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인재개발원에서 교육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후 파라다이스 그룹,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등의 회사에서 핵심인재 관리, 조직개발, 조직문화 진단, 리더십 역량 평가, 채용/온보딩 프로세스 개선, Assessment Center 개발 등으로 업무를 확장하면서 HRD(교육)과 OD(조직개발) 전체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HR아카데미와 함께 하면서 그 동안 쌓은 전공 지식과 현장 경험을 나누고 성장하는 일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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